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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자. 일단 내가 가루로 만들 테니까 그 다음에 네가 태워라.”“그러지 뭐!”고개를 끄덕인 사진악은 화황척을 꺼내 들었다.
바로 그 순간 소살우의 몸에서 가공할 기운이 흘러나와 식량 포대로 쏟아졌다.
가장 앞줄부터 식량을 담은 자루들이 가루로 흩어지며 풀썩풀썩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어 사진악의 화황척이 뜨거운 열기를 쏟아 냈다.
워낙 가공할 열기인 터라 연기조차 나오지 않았다.
화황척의 열기가 스쳐가는 곳은 삽시간에 검은 재만 남았다.
다만 곡식이 타면서 나는 냄새만은 어쩔 수가 창고 안은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염병할, 정말 고소하네.”검게 변해 가는 가루를 쳐다보며 소살우는 코를 킁킁거렸다.
어린 시절 콩서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로 배를 채워야 했던 그 시절의 기억들이.“그만 가세.”그런 소살우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사진악은 창고 밖으로 나갔다.
창고를 나선 두 사람은 느릿한 걸음으로 정문 밖으로 나섰다.
“와아!”챙! 챙챙!“죽여라!”감숙지부 앞 벌판에는 통천연맹 무인들과 무극계 무인들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자식들, 밤에는 자야 하는데.”거친 고함 소리, 병기 부딪치는 소리, 죽어 가며 내지르는 비명 소리, 상대를 죽이며 지르는 고함 소리가 벌판을 뒤덮었다.
아울러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살기는 초목으로 우거진 벌판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었다.
“우리 편이 밀리는 것 같은데?”눈을 가늘게 모아 전면을 쳐다보던 소살우는 사진악과 눈을 맞췄다.
통천연맹 무인들이 조금씩 밀리고 있는 듯 보였다.
“저긴 다른 것 같은데?”고개를 끄덕이던 사진악은 한곳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사공포를 비롯한 시여 명의 흑의인들이 있었다.
“이상하네?”사진악의 손끝이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렸던 소살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따라와라!”사진악을 향해 소리친 소살우는 전면을 향해 나아갔다.
“강시?”삼십여 장 근처까지 다가간 소살우는 우뚝 멈춰 서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