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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면 가만 둘 건가?”기웅철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승려의 곤에서 일렁이는 붉은 광채는 혈각철마의 구혼도 만큼이나 섬뜩했다.
움직이는 순간 가슴으로 파고들 것만 같았다.
“셋을 셀 동안 기회를 주겠소.”곤을 불끈 틀어쥐며 광자는 말했다.
“정말인가? 정말 셋을 셀 동안은 가만있을 텐가?”“그보다는 빨리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주. 저쪽이 끝나가고 있소이다!”“고맙소!”광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웅철과 여강은 담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이제 남은 부하들은 두 명. 그들이 죽고 나면 자신과 여강의 차례가 될 터이다.
“하나!”담 바로 앞에 도달한 순간 조금 전 승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웅철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승려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살려 준다고 하더니 정말 숫자를 세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바닥을 차고 삼 장 높이의 담을 넘어가기만 하면 도망칠 수 있다.
악마 같은 혈각철마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안도의 숨이 절로 나왔다.
전 내공을 발바닥의 용천혈로 보냈다.
조금이라도 호남지부에서 멀어지기 위해서였다.
“응?”바닥을 차려는 순간 기웅철의 얼굴이 흠칫 굳어졌다.
뒤편에서 가공할 기운이 감지되었던 탓이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기웅철은 오른편으로 몸을 이동했다.
“개자식!”기웅철은 진득한 욕설을 뱉어 냈다.
붉은 광채를 발하는 물체가 가공할 속도로 쏘아져 오고 있었다.
그것은 셋을 세겠다고 하였던 승려의 손에 들린 곤이었다.